불과 몇 달 전, 전 세계 AI 커뮤니티를 뒤흔들었던 오픈소스 AI 에이전트가 있었습니다.
이름하여 OpenClaw, 중국에서는 ‘랍스터(龙虾)’라는 별명으로 불리며 그야말로 신드롬급 열풍을 일으켰던 바로 그 프로젝트입니다. 그런데 지금 소셜미디어를 뒤져보면, 불과 반년도 안 된 시간 만에 사람들이 OpenClaw를 마치 오래된 추억처럼 회고하고 있습니다. “아직도 쓰는 사람 있어요?”라는 댓글이 달릴 정도로요.
AI 업계에서 ‘시대의 아이콘’이 되는 데 걸리는 시간이 이제 ‘월(月)’ 단위로 줄어든 걸까요? OpenClaw의 등장부터 현재까지, 그 짧고도 강렬했던 여정을 한번 짚어보겠습니다.

OpenClaw란 무엇인가? ‘오픈소스 자비스’의 등장
OpenClaw는 2025년 11월 말, ‘Peter Steinberger’라는 개발자가 공개한 오픈소스 AI 에이전트 프레임워크입니다. 여기서 ‘AI 에이전트’란, 단순히 질문에 답하는 챗봇이 아니라 스스로 판단하고, 도구를 사용하고, 작업을 연속으로 수행하는 AI를 말합니다. 쉽게 말하면, 영화 아이언맨에 나오는 인공지능 비서 ‘자비스’처럼 “이 일 좀 처리해줘”라고 말하면 알아서 척척 해내는 AI죠.
핵심은 이렇습니다. Mac, Windows, 심지어 소형 컴퓨터인 라즈베리파이에도 설치할 수 있고, Claude·GPT·Gemini·DeepSeek 같은 다양한 AI 모델을 연결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이메일, 브라우저, 터미널, 캘린더, 메신저 등의 권한을 넘겨주면, 사용자가 자리를 비운 사이에도 24시간 혼자서 이메일을 읽고, 자료를 검색하고, 코드를 짜고, 스크립트를 실행합니다. 심지어 스스로 새로운 도구를 설치하기도 하고요.
Discord나 Telegram 같은 메신저에서 한 마디만 던지면 알아서 일을 처리해주는 이 경험은, 당시 AI를 접해본 사람들에게 그야말로 충격이었습니다. “드디어 오픈소스 자비스가 나왔다!”는 반응이 쏟아진 건 당연한 일이었죠.
전 세계를 뒤흔든 ‘랍스터 열풍’, 그 규모가 어마어마했다
OpenClaw가 불러일으킨 열풍은 수치로 봐도 놀랍습니다.
2025년 11월 말 공개된 이후, 2026년 3월 3일까지 약 100일 만에 GitHub(개발자들이 코드를 공유하는 플랫폼) 스타 수가 25만 개를 돌파했습니다. 참고로 웹 개발의 대명사인 React 프레임워크가 이 수준에 도달하는 데 10년 이상이 걸렸는데, OpenClaw는 단 3개월 만에 해낸 겁니다. 3월 말에는 스타 수가 33만 개를 넘어섰고, 48시간 만에 3만 4천 개 이상의 스타를 받은 기록도 세웠습니다. GitHub 역사상 가장 빠르게 성장한 오픈소스 프로젝트 중 하나로 꼽힐 정도였죠.
중국에서의 반응은 특히 뜨거웠습니다. 사람들이 OpenClaw를 설치하기 위해 Mac mini를 사재기하면서 선전 화창베이(우리나라로 치면 용산 전자상가 같은 곳)에서 Mac mini 일부 모델이 품귀 현상을 빚고 웃돈이 붙어 거래되기도 했습니다.
심지어 499위안(약 9만 원)을 받고 집에 직접 방문해 OpenClaw를 설치해주는 서비스까지 등장했고, 텐센트·바이두 같은 대형 IT 기업들도 오프라인 설치 행사를 열어 수백 명에게 직접 설치를 도와줬습니다. 이 시기 중국 AI 커뮤니티의 유행어는 단연 ‘랍스터 키우기(养龙虾)‘였습니다.
OpenClaw 열풍이 식은 진짜 이유 두 가지
그런데 이 열풍은 왜 이렇게 빨리 식었을까요? 크게 두 가지 이유가 있습니다.
첫 번째 : 토큰 비용 문제
AI 모델을 사용할 때는 ‘토큰’이라는 단위로 비용이 발생합니다. 쉽게 말해 AI가 처리하는 텍스트의 양에 따라 요금이 청구되는 구조인데요. OpenClaw처럼 24시간 내내 켜놓고 AI가 스스로 판단하고 도구를 쓰고 실패하면 재시도하는 방식은, 생각보다 훨씬 많은 토큰을 소모합니다. 실제로 많은 사용자들이 이런 경험을 했다고 합니다.
1일 차: “세상에, 이게 진짜 자비스잖아?!”
3일 차: “오, 이런 것도 되네.”
7일 차: “잠깐, 내 토큰 요금이 얼마야?!”
두 번째: 보안 문제
OpenClaw에는 처음부터 ‘보안’이라는 꼬리표가 따라다녔습니다.
가장 유명한 사례는 Meta(메타)의 보안 담당 임원이 OpenClaw에 이메일 권한을 부여했다가, AI가 이메일을 멋대로 삭제하기 시작하면서 도저히 멈출 수가 없었던 사건입니다. 이 사건은 AI 에이전트의 핵심 딜레마를 정확히 보여줍니다. 자비스처럼 만들려면 권한을 많이 줘야 하고, 권한이 많을수록 한 번 오작동했을 때의 피해도 커진다는 것이죠.
OpenClaw는 죽지 않았다, 다만 ‘진화’했다
그렇다고 OpenClaw가 완전히 사라진 건 아닙니다. 2026년 8월 현재 GitHub 스타 수는 38만 개를 돌파했고, Fork(다른 개발자가 코드를 가져다 자신의 버전으로 만드는 것) 수도 8만 개를 넘었습니다. 프로젝트 자체는 여전히 활발하게 개발되고 있습니다.
오히려 더 정확한 표현은, OpenClaw가 ‘대중화’됐다는 겁니다. 중국의 주요 IT 기업들이 OpenClaw를 기반으로 한 자체 제품을 쏟아냈거든요.
– 텐센트 : WorkBuddy와 QClaw 출시. 원클릭 배포 지원, 위챗으로 원격 조작 가능
– 바이두 : DuMate + 랍스터 패키지 출시. 데스크톱·클라우드·모바일·보안·가정용 버전 일괄 제공
– 즈푸(Zhipu) : AutoClaw 출시. 원클릭 배포에 Lark(업무용 메신저) 연동, 이후 ‘자기 진화’ 기능까지 추가
– Volcano Engine(바이트댄스 클라우드 부문) : ArkClaw 출시. 7×24시간 운영 지원, 멀티 에이전트 협업으로 확장 중
중국 기업들이 출시한 OpenClaw 파생 제품만 30종 이상으로 집계됩니다. OpenClaw라는 이름은 서서히 잊혀가고 있지만, 그 개념과 기술은 이미 각 기업의 제품 속에 녹아들어 훨씬 쉽고 저렴하게 사용할 수 있는 형태로 퍼져나간 셈입니다.
이제 AI 업계의 화두는 ‘Harness’로 넘어갔다
OpenClaw 열풍이 가라앉은 또 다른 이유는, AI 업계 자체가 한 단계 더 깊은 곳으로 이동했기 때문입니다. 지금 업계의 핵심 키워드는 Harness(하네스)입니다.
Harness란 쉽게 말해 AI 모델이 안정적으로, 지속적으로, 안전하게 일할 수 있도록 갖춰주는 환경과 구조를 뜻합니다. 마치 말에게 마구(馬具)를 채워 제대로 일을 시키는 것처럼, AI에게 맥락(Context)·기억·도구·샌드박스(안전한 실행 환경)·권한·워크플로우를 체계적으로 갖춰주는 것이죠.
OpenAI는 올해 Agents SDK를 업데이트하면서 파일 조작, 명령 실행, 장기 작업, 샌드박스 실행 등의 기능을 하나의 model-native Harness로 통합했고, Codex도 자체적인 완성된 Harness 체계를 갖추게 됐습니다. Claude Code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결국 OpenClaw가 “AI에게 손발을 달아주면 어떻게 될까?”라는 질문을 던졌다면, 지금 업계는 “그 손발이 함부로 움직이지 않게 하면서도 제대로 일하게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라는 훨씬 정교한 질문을 풀고 있는 겁니다. OpenClaw는 어떻게 보면 이 질문들을 미리 실전으로 보여준 ‘선구자’ 역할을 한 셈이죠.
랍스터의 아버지 Peter는 지금 무엇을 하고 있나
그렇다면 OpenClaw를 만든 Peter Steinberger는 지금 어디서 무엇을 하고 있을까요? 답은 꽤 흥미롭습니다.
2026년 2월, Peter는 OpenAI에 공식 합류했습니다. 방향도 명확합니다. 자신이 가장 집착했던 주제, 바로 개인용 AI 에이전트를 계속 연구하는 것입니다. OpenAI에 합류한 후 그는 Codex와 에이전트 관련 작업에 깊이 파고들었고, 팀을 꾸리면서 AI가 더 오랫동안, 더 안정적으로 스스로 일하는 방법을 연구하고 있습니다.
최근 그가 인터뷰와 강연에서 반복적으로 언급하는 개념은 ‘소프트웨어 팩토리(Software Factory)’입니다. 여러 AI 에이전트들이 스스로 코드를 짜고, 테스트하고, 버그를 고치고, 다시 개선하는 과정을 반복하는 구조입니다. 사람은 목표를 설정하고 결과를 검수하는 역할만 맡는 거죠. 그는 실제로 Codex를 이용해 하나의 작업을 일주일 내내 연속으로 실행하는 실험도 진행했다고 합니다.
여기서 끝이 아닙니다. 최근 Peter는 Dropbox 공동창업자 Drew Houston과 함께 각각 100만 달러(약 13억 원)를 출자해 Omacom Foundation의 창립 후원자가 됐습니다. 이 재단은 Linux 데스크톱 생태계와 오픈소스 기반 인프라를 지원하는 것을 목표로 합니다. 랍스터 하나를 키우는 것으로는 성이 차지 않았는지, 이제는 다음 세대 AI 에이전트를 위한 공장을 짓고 있는 셈입니다.
OpenClaw는 반년이라는 짧은 시간 동안 AI 에이전트의 가능성과 한계를 동시에 보여줬습니다. 그리고 그 유산은 이름이 아닌 개념으로, 수십 개의 파생 제품과 업계 전반의 기술 방향으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AI 기술이 이렇게 빠르게 진화하는 시대, 오늘의 혁신이 내일의 ‘추억’이 되는 속도가 점점 빨라지고 있다는 사실만큼은 분명해 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