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 글라스 시장이 조용히, 그러나 빠르게 달아오르고 있습니다.
메타(Meta)의 레이밴 스마트 글라스가 전 세계적으로 화제를 모은 이후, 이 시장에 뛰어드는 기업들이 하나둘 늘어나고 있는데요. 그 중에서 이번에는 한때 스마트폰 시장의 강자였던 HTC가 ‘VIVE Eagle’이라는 이름의 제품으로 AI 스마트 글라스 시장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었습니다.
2026년 9월 3일, HTC는 공식 보도자료를 통해 VIVE Eagle이 유럽, 북미, 호주 시장에 정식 출시됐다고 발표했는데요, 가격은 499달러(약 67만 원)부터 시작합니다. 과연 어떤 제품인지, 그리고 우리가 주목해야 할 부분은 무엇인지 하나씩 살펴보겠습니다.

HTC VIVE Eagle, 어떤 제품인가?
VIVE Eagle은 HTC가 내놓은 AI 기반 스마트 글라스입니다. 쉽게 말하면, 일반 안경처럼 쓰고 다니면서 AI 기능을 활용할 수 있는 웨어러블 기기예요. 스마트폰을 꺼내지 않아도 음성 명령 만으로 사진을 찍거나, 실시간으로 언어를 번역하거나, 전화 통화를 할 수 있는 제품입니다.
외관 면에서도 신경을 많이 쓴 흔적이 보입니다. 렌즈는 독일의 광학 명가 자이스(Zeiss) 제품을 탑재했고, 선글라스 렌즈는 Cat3 UV400 자외선 차단 기능을 제공합니다. 블루라이트 차단 렌즈, 변색 렌즈, 그리고 도수 있는 처방 렌즈까지 선택할 수 있어 실용성도 갖췄습니다. 그냥 패션 아이템처럼 쓰고 다닐 수 있도록 디자인에도 공을 들인 것이죠.
VIVE Eagle의 AI 기능, 실제로 뭘 할 수 있나?
VIVE Eagle의 핵심 기능 중 하나는 실시간 번역입니다. 음성과 텍스트 모두 실시간으로 번역이 가능하고, 무려 96개 이상의 언어를 지원합니다. 해외여행 중 현지 언어로 된 간판이나 메뉴판을 보면 카메라가 이미지를 인식해 70개 이상의 언어로 번역해 주는 기능도 있습니다. 이른바 ‘이미지-텍스트 변환 번역’ 기능인데, 구글 번역 앱을 꺼내지 않아도 눈앞의 글자를 바로 이해할 수 있다는 점이 흥미롭습니다.
AI 연동 측면에서는 구글 Gemini와 연결해 안드로이드 스마트폰의 네이티브 기능을 제어할 수 있고, iOS 기기와 연결하면 Siri를 활용할 수 있습니다. 즉, 안드로이드 사용자든 아이폰 사용자든 모두 사용 가능한 구조입니다.
회의 중에도 유용하게 쓸 수 있습니다. 대화에 집중하면서 VIVE Eagle의 녹음 기능을 통해 회의 내용을 자동으로 기록하고, 나중에 상세한 회의록을 받아볼 수 있습니다. 바쁜 직장인이라면 꽤 솔깃한 기능이죠.

카메라 스펙과 음향 — 생각보다 탄탄한걸?
카메라는 1,200만 화소를 탑재했으며, 최대 3K 해상도의 동영상 촬영과 슬로모션 촬영도 지원합니다. 전자식 손떨림 보정(EIS)과 AI 기반 사진·영상 최적화 기능도 포함되어 있어, 단순한 스마트 글라스 카메라 수준을 넘어서는 스펙입니다.
음향 면에서는 개방형 지향성 스피커를 채택했습니다. 이 방식은 귀를 막지 않고도 음악이나 통화 소리를 들을 수 있게 해주면서, 동시에 주변 소리도 인식할 수 있게 해줍니다. 소리 누출을 최소화하면서도 저음 강화와 스테레오 사운드를 구현했다고 하는데, 개방형 스피커 특성 상 완전한 차음은 어렵겠지만 일상 사용에는 충분해 보입니다. 마이크는 총 4개가 탑재되어 있으며, 그 중 하나는 지향성 마이크로 통화나 영상 녹화 시 음성 수음 품질을 높여줍니다.
가장 눈에 띄는 부분 — 프라이버시 보호 설계
스마트 글라스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우려가 바로 몰래 촬영 문제입니다. 실제로 메타의 레이밴 스마트 글라스가 출시된 이후, 공공장소에서의 무단 촬영 논란이 끊이지 않았고, 일부 클럽이나 시설에서는 스마트 글라스 착용 자체를 금지하는 사례도 생겨났습니다. HTC는 이 민감한 문제를 정면으로 다루며 VIVE Eagle의 차별점으로 내세웠습니다.
구체적으로 어떤 방식인지 살펴보면 꽤 흥미롭습니다. 사진이나 동영상을 촬영할 때 LED 표시등이 켜지거나 깜빡이며, 주변 밝기에 따라 자동으로 밝기를 조절해 주변 사람들이 촬영 중임을 인식할 수 있도록 합니다. 여기서 더 나아가, 다중 센서 메커니즘을 통해 LED 표시등이 가려지거나 손상되거나 작동하지 않으면 아예 촬영 자체가 불가능하도록 설계했습니다. 안경을 착용하지 않은 상태에서도 녹화가 되지 않습니다.
가장 독특한 기능은 “촬영 중지” 음성 명령입니다. 주변에 있는 사람이 “촬영 중지”라고 말하면 VIVE Eagle이 이를 인식하고 즉시 녹화를 멈춥니다. 이 기능을 활성화하면 촬영 당하기 싫은 사람이 직접 말로 거부 의사를 표현할 수 있는 셈입니다. 기술적으로 꽤 신선한 접근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배터리와 충전 방식 — 실용적인 설계
배터리 성능도 살펴볼 만합니다. 연속 사용 시 4~6시간, 대기 시간은 최대 36시간입니다. 스마트 글라스 특성 상 배터리 용량에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는데, 36시간 대기는 하루 이상 충전 없이 쓸 수 있다는 의미라 실용적입니다.
충전 방식도 눈에 띕니다. 자석 접점 방식으로 충전하는데, 일부 스마트 글라스처럼 충전 케이스에 넣어야 하는 번거로움 없이 착용한 채로 충전이 가능합니다. 방수·방진 등급은 IP54로, 하이킹이나 야외 유적지 탐방 같은 활동적인 환경에서도 사용할 수 있습니다.

499달러, 이 가격이 의미하는 것
VIVE Eagle의 시작 가격은 499달러, 우리나라 돈으로 약 67만 원 수준으로 현재 VIVE Eagle은 vive.com과 일부 지정 채널을 통해 유럽, 북미, 호주에서 구매할 수 있습니다. 아직 우리나라 공식 출시 일정은 발표되지 않았습니다.
메타 레이밴 스마트 글라스의 기본 모델이 약 300달러대인 것과 비교하면 다소 높은 편입니다. 스펙 상으로 보면 자이스 렌즈, 3K 카메라, 96개 언어 실시간 번역, 구글 Gemini 및 Siri 연동, 그리고 차별화된 프라이버시 보호 기능까지 있어 적당한 가격대라고 하는 평도 있습니다만, 음… 제 생각엔 가격대가 다소 높지 않나 싶긴 합니다.
3K 카메라 라고는 하지만 안경에 들어가는 카메라인 만큼 이미지 센서 사이즈도 많이 작을 텐데 화질이 어느 정도일지 의문이기도 하고, 프라이버시 보호 기능의 경우 사실 이 기능 자체가 사용자에게 가격을 올릴 만한 요인은 아닌 것으로 보입니다. 중요한 기능이긴 하지만 어쨌든 사용자 외의 사람들을 위한 기능이니까요.
스마트 글라스 시장은 지금 막 본격적인 경쟁이 시작되는 단계입니다. 메타, 구글, 그리고 이제 HTC까지 가세하면서 이 시장이 어떻게 흘러갈지 주목됩니다. 특히 프라이버시 문제가 사회적 이슈로 부각되는 상황에서, HTC가 이를 핵심 설계 철학으로 삼은 점은 분명 의미 있는 시도입니다. 기술이 편리함을 가져다주는 동시에 새로운 사회적 문제를 만들어내는 현실 속에서, 이런 방향의 설계가 앞으로 업계 표준이 될 수 있을지 지켜볼 필요가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