텐센트 WorkBuddy, AI 에이전트 시대의 ‘운영체제’를 꿈꾸다

2026년 09월 06일

WorkBuddy

중국 IT 업계에서 요즘 가장 뜨거운 키워드 중 하나가 바로 AI 에이전트(Agent)입니다. 단순히 질문에 답하는 챗봇 수준을 넘어, 스스로 계획을 세우고 도구를 활용해 업무를 처리하는 ‘일하는 AI’의 시대가 본격적으로 열리고 있는 건데요. 그 한가운데서 텐센트가 꽤 야심 찬 행보를 보이고 있습니다.

지난 9월 2일, 텐센트는 WorkBuddy 오픈 플랫폼을 공식 출시하면서 스마트 안경, 마이크, 이어폰 등 9종의 연동 하드웨어와 30개 이상의 산업별 응용 프로그램, 그리고 100개가 넘는 생태계 파트너사를 한꺼번에 공개했습니다. 규모만 보면 단순한 소프트웨어 업데이트가 아니라, 하나의 플랫폼 생태계를 선언한 것에 가깝습니다.

WorkBuddy

WorkBuddy가 뭔데요? AI 에이전트 플랫폼의 등장

WorkBuddy는 텐센트가 올해 3월에 출시한 AI 기반 업무 자동화 플랫폼입니다. 쉽게 말하면, 사용자가 말이나 글로 지시를 내리면 AI가 알아서 계획을 짜고, 필요한 도구를 불러와 업무를 처리해주는 시스템입니다.

이번에 공개된 오픈 플랫폼은 이 WorkBuddy를 외부 하드웨어, 산업별 앱, 개발자 모두에게 개방한 것으로, 중국 AI 에이전트 분야에서 하드웨어·애플리케이션·개발자 세 가지 생태계를 동시에 연결한 최초의 오픈 플랫폼이라고 텐센트 측은 강조합니다.

텐센트 클라우드 부사장이자 WorkBuddy 총괄 책임자인 류이(刘毅)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진정한 생산성은 도구 하나가 얼마나 강력한지에 달린 게 아니라, 얼마나 많은 능력을 연결하고 얼마나 많은 현장에 들어갈 수 있느냐에 달려 있다.”

이 한 마디가 WorkBuddy의 전략을 꽤 잘 요약해줍니다. 혼자 잘하는 AI가 아니라, 모든 것을 연결하는 플랫폼이 되겠다는 거죠.

AI에게 귀와 눈을 달아준다 — 스마트 하드웨어 연동

이번 발표에서 눈길을 끈 것 중 하나는 바로 하드웨어 연동입니다.

WorkBuddy의 첫 번째 연동 하드웨어 파트너로는 Plaud, Rokid(로키드), Insta360(영석), 커다쉰페이(科大讯飞), Anker(안커)등 다양한 브랜드가 참여했습니다. 목록을 보면 녹음기, 음성 수집 장치, 스마트 안경 등 ‘듣고 보는’ 기기들이 상당수를 차지합니다.

왜 하필 이런 기기들일까요? WorkBuddy 오픈 생태계 담당자 린쭤루(林佐露)의 설명이 흥미롭습니다.

대형 언어 모델(LLM)이 이제는 사람의 말 한마디에서 의도를 파악하고 작업을 계획할 수 있는 수준에 이르렀기 때문에, 음성 기반 하드웨어와의 궁합이 자연스럽게 맞아 떨어진다는 겁니다. 키보드로 타이핑하는 것보다 그냥 말로 지시하는 게 훨씬 편하고 빠르니까요.

실제 활용 시나리오를 보면 꽤 실용적입니다.

스마트 안경을 쓰고 회의실에 들어가면, 안경이 소리를 수집하고 WorkBuddy가 백그라운드에서 자동으로 회의 내용을 텍스트로 변환하고, 회의록을 작성하고, 할 일 목록을 정리하고, 심지어 후속 이메일 초안까지 작성해줍니다. 외부 인터뷰나 현장 방문 중에 들은 내용도 저장해뒀다가 나중에 “지난주 고객이 뭐라고 했더라?”라고 물어보면 바로 답을 줍니다.

더 흥미로운 점은 기기 간 연속성입니다.

안경에서 시작한 작업이 스마트폰이나 PC로 넘어가도 작업 내용, 기억, 결과물이 끊기지 않고 이어집니다. 하드웨어 제조사 입장에서도 이점이 있어요. 자체적으로 AI를 개발할 필요 없이 WorkBuddy에 연결하기만 하면, 기기가 AI 에이전트의 ‘귀와 눈’ 역할을 하게 됩니다. 현재 WorkBuddy는 스마트 안경, 녹음 카드, 마이크, 이어폰, 데스크탑 기기, 키보드·마우스, PC·태블릿, 스마트 웨어러블, 스마트폰 등 30개 이상의 브랜드, 10여 종의 하드웨어 카테고리를 지원합니다.

AI가 일을 잘하려면 ‘업계 전문가’가 필요하다 — Buddy 앱 생태계

하드웨어로 보고 듣는 것은 첫 번째 단계일 뿐입니다. AI 에이전트가 투자 리서치를 하거나, 법률 조문을 검토하거나, 경영 데이터를 분석하려면 그 분야의 ‘노하우’를 알아야 합니다. 텐센트가 이번에 100개 이상의 파트너사를 끌어들인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WorkBuddy는 이번에 ‘Buddy 앱’ 입구를 처음으로 공개했습니다. 파트너사들이 WorkBuddy의 AI 에이전트 기반 위에 자신들의 산업 데이터, 업무 흐름, 브랜드를 얹어 만든 특화형 AI 업무 도구입니다. 파트너사는 AI를 직접 개발할 필요 없이, 자신들이 가진 현장 지식과 데이터를 연결하기만 하면 완성된 형태의 AI 에이전트 업무 제품을 가질 수 있게 됩니다.

첫 번째 파트너 목록을 보면 금융, 법률, 의료, 교육, 디자인 등 20개 이상의 분야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증권사, 자산운용사, 법률 데이터베이스 플랫폼, SaaS 기업 등이 이미 자신들의 데이터와 업무 흐름을 WorkBuddy에 연결했습니다.

텐센트 스스로도 솔직하게 인정합니다.

“우리 혼자서는 다 못 합니다.”

WorkBuddy 팀은 모델 운영과 AI 에이전트 실행 환경은 잘 알지만, 금융 기관이 가진 투자 데이터나 법률 플랫폼의 실무 검색 노하우, SaaS 기업이 파악하고 있는 기업 현장의 병목 지점은 해당 업계 전문가들이 훨씬 잘 안다는 거죠. 그래서 텐센트는 무대를 만들고, 각 분야 전문가들이 그 위에서 AI에게 ‘일하는 방법’을 가르치는 구조를 택했습니다.

개발자들도 참여할 수 있습니다. 플랫폼은 Skill(AI에게 일하는 방법을 알려주는 설명서), Expert(전문 도우미), Connector(외부 시스템 연결 통로) 세 가지 개발 도구를 공개했습니다. Connector는 MCP와 CLI 두 가지 방식을 지원해 어떤 외부 서비스와도 연결할 수 있습니다.

출시 6개월 만에 정부·교육·방송까지 — 실제 도입 사례들

WorkBuddy는 올해 3월 출시 이후 불과 반년도 안 되는 기간 동안 50회 이상의 버전 업데이트를 거쳤고, 정부, 교육, 유통, 금융, 미디어, 교통 등 50개 이상의 산업에 실제로 도입됐습니다. 몇 가지 사례를 보면 그 속도가 실감납니다.

광둥성 정부 행정 시스템

지난 8월, ‘완청(湾擎)·WorkBuddy’가 공식 출시되어 광둥성 정부 행정 시스템에 AI 스마트 오피스 기능을 제공하기 시작했습니다. 광둥성 의료보장국 등 성급 직속 기관들이 이미 수십 개의 시나리오에서 시범 운영을 시작했습니다.

산둥성 라이저우시 교육 현장

산둥성 라이저우시 전체 초중고 교사 6,000여 명 전원에게 AI 교사 보조 도구가 배포됐습니다. WorkBuddy는 텐센트 펭귄 교사 도우미와 협력해 33명의 교육 전문가와 15개의 교육 Skill을 탑재했으며, 수업 준비부터 교육 연구까지 전 과정을 지원합니다.

CCTV 다보스·WAIC 보도 현장

WorkBuddy가 중국 국영방송 CCTV의 다보스 포럼 및 세계인공지능대회(WAIC) 취재팀에 합류해 보도 전 과정에 깊이 참여했습니다. 방송국 현장에서 AI 에이전트가 실시간으로 활용된 사례라는 점에서 주목할 만합니다.

공익 단체 업무 자동화

다소 의외의 사례도 있습니다. 공익 기관의 일상 업무는 행사 후 참석자 명단 정리, 사진 관리, 보고서 작성, 영수증 처리, 기부자 데이터 관리 등 상당히 잡다합니다.

텐센트 SSV는 이 업무들을 11개의 시나리오 캡슐과 42개의 기능으로 분류하고, 15개의 AI 에이전트가 협력해 처리하도록 구성했습니다. 이미 일기금(壹基金) 등 공익 기관이 시범 사용에 참여하고 있습니다. 단, AI가 작성한 내용은 반드시 담당자가 검토·확인하도록 설계되어 있습니다.

생태계는 목표가 아니라 결과다 — 텐센트의 냉정한 자기 평가

100개 이상의 파트너사를 한꺼번에 발표한 것은 분명 인상적인 숫자입니다. 하지만 “이제 생태계가 완성된 건가요?”라는 질문에 린쭤루의 답변은 의외로 담담했습니다.

“개방은 우리가 해야 할 일이고, 생태계는 그 결과입니다.”

생태계는 계획대로 만들어지는 게 아니라는 거죠. 제품이 충분히 좋고, 개방의 설계가 합리적이어야 사람들이 자발적으로 참여해 능력을 쌓고 비즈니스를 만들어간다는 논리입니다. 오늘 발표된 100개 파트너사는 ‘생태계 완성’이 아니라 ‘의지가 확인된 초기 파트너’라는 표현이 더 정확하다고 했습니다.

현실적인 한계도 솔직하게 인정했습니다. 일부 금융 터미널의 경우 아직 데이터 일괄 가져오기 기능이 WorkBuddy 내에서 완전히 구현되지 않는 등, 파트너사의 원래 클라이언트 앱보다 기능이 부족한 부분도 있습니다. 플랫폼 내 결제, 배포, 개발자 운영 도구도 아직 구축 중입니다.

그럼에도 텐센트가 이 방향을 밀어붙이는 이유는 분명합니다. 아직도 수년 전 구형 소프트웨어를 쓰는 전통 기업들이 WorkBuddy로 경영 분석을 빠르게 처리하는 경험을 하고 나면, 그 만족도가 폭발적으로 높아진다는 것을 확인했기 때문입니다. 파트너사와 함께 더 현장 밀착형 Buddy 앱을 만들어가면 이 효과가 배가될 것이라는 게 텐센트의 판단입니다.

한국 시장에서 바라본 시사점

우리나라에서도 AI 업무 자동화 도구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습니다.

마이크로소프트의 Copilot, 구글의 Workspace AI 등 글로벌 빅테크들이 비슷한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는 가운데, 텐센트의 WorkBuddy는 하드웨어·앱·개발자 생태계를 동시에 묶는 방식으로 차별화를 시도하고 있습니다.

특히 주목할 점은 속도입니다. 출시 6개월 만에 정부 행정, 교육, 방송, 공익 등 다양한 분야에 실제 도입 사례를 만들어낸 것은 결코 가볍게 볼 수 없는 행보입니다. 중국 AI 에이전트 시장이 단순한 기술 시연 단계를 지나 실제 업무 현장에 빠르게 침투하고 있다는 신호이기도 합니다.

물론 아직 갈 길이 멀고, 생태계가 실제로 건강하게 성장할지는 지켜봐야 할 부분이긴 합니다. 하지만 텐센트가 WorkBuddy를 통해 그리는 그림, 즉 ‘AI 에이전트 시대의 운영체제’라는 포지셔닝은 분명히 흥미롭고, 동시에 예의주시해야 할 움직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