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에서 지금 ‘1인 기업(OPC, One Person Company)’이라는 새로운 창업 형태가 빠르게 확산되고 있습니다. 단순히 혼자 일하는 프리랜서나 개인 사업자가 아니라, AI 기술을 활용해 한 사람이 마치 하나의 회사처럼 모든 업무를 처리하는 방식이죠. 2025년 중국 디지털 경제 창업 백서에 따르면, 이미 1,200만 명 이상의 창업자가 1인 기업 모델을 선택했고, 신규 등록 수는 전년 대비 47%나 증가했습니다. 이들이 만들어내는 경제 가치는 신경제 총량의 23%를 차지할 정도예요.
이런 현상이 가능해진 배경에는 AI 기술의 급격한 발전이 있습니다. 특히 대규모 언어 모델(LLM)과 AI 에이전트(자율적으로 작업을 수행하는 AI 프로그램)가 보편화되면서, 개인이 과거 조직 전체가 해야 했던 일들을 혼자서도 해낼 수 있게 된 거죠. 중국 정부도 이런 흐름을 적극 지원하고 있는데요, 상하이를 중심으로 1인 기업을 위한 정책과 인프라가 빠르게 구축되고 있습니다.

AI가 만든 ‘조직급 능력’의 민주화
과거에는 영상 제작, 광고 기획, 소프트웨어 개발 같은 작업을 하려면 각 분야의 전문가로 구성된 팀이 필요했어요. 하지만 지금은 AI 도구들이 이런 역할을 대신해주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MiniMax M1이라는 AI 모델은 100만 토큰(약 수만 페이지 분량의 문서)을 몇 초 만에 처리할 수 있어요. 이 모델을 개발하는 데 들어간 비용은 53만 달러로, 업계 평균인 수천만 달러에 비해 훨씬 저렴합니다. 이런 비용 절감은 곧바로 1인 기업 창업자들의 운영 비용 감소로 이어지죠.

또한 AI 에이전트는 우리가 생각하는 일반적인 도구 개념을 넘어 ‘디지털 직원’처럼 작동합니다. 자율적으로 계획을 세우고, 필요한 도구를 선택해 사용하며, 과거 작업을 기억하고 반성하는 능력까지 갖추고 있어요. MiniMax가 개발한 ‘MaxClaw’라는 AI 에이전트는 39위안(약 7,000원)이라는 저렴한 가격에 제공되면서 많은 개발자들의 첫 AI 에이전트가 되고 있습니다.
AI 코딩 도구의 발전도 눈부십니다. 2025년 Stack Overflow 조사에 따르면 개발자의 84%가 AI 도구를 사용하거나 사용할 계획이라고 답했고, 500명의 최고급 엔지니어를 대상으로 한 Pragmatic 서밋에서는 93%가 이미 AI 도구를 사용 중이며 주당 평균 4시간을 절약한다고 밝혔습니다. Cursor, GitHub Copilot 같은 AI 기반 개발 환경 덕분에 비전공자도 자연어로 명령만 내리면 제품을 만들 수 있게 된 거죠.
1인 기업이 활약하는 주요 분야들

AI + 영상 : 혼자서 방송국 수준의 콘텐츠 제작
상하이의 Aimwise라는 회사는 2023년 4월 설립됐는데, 창업자 황추제는 광고업계 베테랑입니다. 이 회사는 ‘AI 생성 + 인간 정교화’라는 혼합 작업 방식으로 중국 중앙방송(CCTV), 텐센트, 이리(유제품 브랜드) 같은 대형 고객들에게 AI 콘텐츠를 공급하고 있어요.
2025년에는 CCTV 네트워크 춘절 특집의 독점 AI 기술 지원을 맡았는데, 전통적으로 2개월 걸리던 홍보 영상 제작 기간을 단 3일로 단축했습니다. GPT-4로 스토리보드 스크립트를 생성하고, Stable Diffusion으로 컨셉 이미지를 대량 생산하며, Runway로 동적 프리뷰를 만드는 방식이죠.
특히 CCTV와 협업한 《AI我中华》 전국 문화관광 홍보 영상은 34개 성·시·자치구의 랜드마크 이미지 200여 장, 영상 클립 200여 개, 총 2,000개 이상의 파일을 처리해 3분 미만의 완성작을 만들어냈고, SNS에서 폭발적인 반응을 얻었습니다.

AI + 광고 : 한 사람이 광고 산업 체인 전체를 운영
‘예샨샨’이라는 크리에이터는 상하이 최초의 AI 광고 1인 기업 실천자입니다. AI 기술과 예술적 감각을 결합해 제작한 《AI心跳 超级有AI》 작품은 2025 AI 광고 브랜드 혁신 디자인 대회에서 은상을 수상했어요. 상하이 베이양 인공지능 타운의 ‘모속공간(Model Speed Space)’ 확장 구역에 입주한 후, 혼자서 기획부터 비주얼 생성, 고객 납품까지 전 과정을 처리하며 완전한 비즈니스 루프를 구축했습니다.

AI4S : 과학 연구의 ‘1인 실험실’
생물의약 박사 장카이는 AI를 활용해 효소 선별 프로세스를 재구성했습니다. AI가 필요한 단백질을 발굴하고 설계해 실험 범위를 대폭 축소 시킨 거죠. 초기 단계에서 창업자 1명과 AI ‘직원’ 3명 만으로 시작할 수 있었어요.
푸단대학의 ‘Fuxi AI’ 기상 대모델, 상하이 과학지능연구원과 푸단대가 공동 발표한 슈퍼 과학 연구 AI 에이전트 ‘다성(大圣)’도 비슷한 사례입니다. 다성은 300여 개의 스킬 패키지와 자율 실험실을 갖추고 ‘가설-실험-검증-반복’의 완전한 루프를 구현하며, AI가 주도하는 과학 연구의 ‘제5 패러다임’을 열고 있습니다.
상하이 쉬후이구가 만든 1인 기업 생태계
중국에서 1인 기업 모델의 중심지를 꼽으라면 단연 상하이입니다. 특히 쉬후이구(徐汇区)는 1인 기업을 위한 완벽한 생태계를 구축했어요.
‘모속공간(Model Speed Space)’은 중국 최초의 대규모 언어 모델 인큐베이션 생태 커뮤니티로, 2025년 말 기준 200개 이상의 대모델 기업이 입주했습니다. 이 공간이 위치한 쉬후이구에는 1,500개 이상의 AI 기업이 모여 있고, 그중 약 800개가 대모델 기업이며, 대모델 등록 수는 상하이 전체의 60%를 차지합니다. ‘위아래층이 곧 공급망’이라는 말이 실제로 구현되는 곳이죠.
모속공간 확장 구역인 베이양 인공지능 혁신 타운은 1인 기업 창업자들에게 체계적인 정책 지원을 제공합니다 :
- 첫해 무료, 둘째 해 평가 후 계속 무료 제공되는 워크스페이스
- 최대 10만 위안(약 1,900만 원)의 창업 시드머니
- 월 최대 2,000위안(약 38만 원)의 인재 주거 보조금(최장 3년)
- 200억 위안(약 3조 8,000억 원) 규모의 AI 청년 창업 펀드(세쿼이아 차이나가 특별 투자 고문으로 참여하며 ‘초기·소규모 투자’ 강조)
상하이시는 ‘모소선청(模塑申城)’ 5대 공공 서비스 플랫폼을 통해 지능형 컴퓨팅 파워, 언어 데이터 보급, 대모델 평가 검증, 청년 과학자 계획, 융자 서비스를 제공합니다. 여기에 최대 2,000만 위안(약 38억 원)의 컴퓨팅 파워 보조금, ‘사용 후 지불’ 컴퓨팅 파워 조합, 컴퓨팅 파워 쿠폰·모델 쿠폰·언어 데이터 쿠폰 각각 최대 100만 위안(약 1억 9,000만 원) 등의 정책 도구가 더해져, 개인 창업자가 겪는 모든 병목 지점마다 플랫폼 차원의 솔루션이 준비되어 있습니다.
1인 기업의 지속 가능한 비즈니스 모델
1인 기업이 실제로 수익을 내는 방식은 크게 네 가지로 정리됩니다:
- 프로젝트 기반 전문 서비스 : AI+광고, AI+영상, AI 컨설팅 등
- 제품화 및 솔루션화 : AI 도구, SaaS(클라우드 기반 소프트웨어), 산업별 AI 에이전트 애플리케이션
- 플랫폼 통합 및 자원 중개 : API 통합, AI 에이전트 마켓플레이스
- 다원화된 수익 구조 : 구독제, 사용량 기반 과금, 거래 수수료를 혼합한 모델
흥미로운 점은 1인 기업들끼리의 협업 네트워크, 즉 ‘OPC4OPC(OPC for OPC)’ 생태계가 자발적으로 형성되고 있다는 겁니다. 서로 다른 전문 분야의 1인 기업들이 프로젝트 단위로 느슨하게 결합해 협업하는 방식이죠. 같은 건물 안에서 기획부터 기술, 납품까지 전 과정을 함께 완성하는 새로운 형태의 분산형 조직이 탄생하고 있습니다.
중국 1인 기업 붐이 주는 시사점
중국에서 1인 기업이 급성장하는 현상은 일반적인 창업 트렌드를 넘어 생산 관계의 재구성을 의미합니다. 1980년대 생계형 개인 사업자, 1999년 1인 회사 법제화, 2014년 ‘대중창업·만중혁신’ 모바일 인터넷 물결에 이어, 2026년은 ‘AI+1인 기업’의 네 번째 물결이 본격화되는 시점입니다.
2024년 신 회사법 시행으로 ‘한 자연인은 하나의 1인 회사만 설립 가능’이라는 제한이 폐지되면서 법적 장벽도 사라졌어요. 상하이, 쑤저우, 선전 등 주요 도시들은 1인 기업 전용 정책을 잇달아 내놓으며 인재 유치 경쟁을 벌이고 있습니다. 도시 간 경쟁이 ‘산업단지와 하드웨어 보조금’에서 ‘슈퍼 개인 유치’로 전환되고 있는 거죠.
우리나라 입장에서 보면, 중국의 1인 기업 생태계는 단순히 창업 지원 정책의 문제가 아닙니다. AI 기술 인프라의 보편화, 대규모 언어 모델의 상용화 속도, 그리고 이를 뒷받받침하는 정부의 체계적 지원이 결합되면서 개인 단위의 혁신 속도가 기하급수적으로 빨라지고 있다는 점을 주목해야 합니다.
특히 상하이 쉬후이구 같은 지역이 구축한 ‘컴퓨팅 파워-모델-데이터-자금-공간’의 통합 지원 체계는, 중국이 AI 시대의 창업 생태계를 어떻게 설계하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사례입니다. 1인 기업이라는 형태가 단순히 소규모 창업의 한 방식이 아니라, AI 시대 새로운 생산력의 기본 단위로 자리잡고 있다는 점에서 그 의미가 큽니다.
중국의 AI 기술 발전과 이를 활용한 새로운 경제 모델의 확산은 계속해서 면밀히 관찰할 필요가 있습니다. 기술 격차가 곧 산업 경쟁력의 격차로 이어지는 시대, 중국의 움직임을 냉철하게 분석하고 대응 전략을 마련하는 것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한 시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