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AI 업계에서 꽤 흥미로운 소식이 들려왔습니다. 중국의 숏폼 동영상 플랫폼 Kuaishou(快手, 이하 콰이쇼우)가 자사의 AI 동영상 생성 서비스인 Kling AI(이하 클링 AI)를 별도 법인으로 분리해 독자적인 기업공개(IPO)를 추진한다는 소식인데요.
목표 기업 가치가 무려 200억 달러(약 27조 원)에 달한다고 합니다. 이게 얼마나 큰 숫자냐면, 현재 콰이쇼우 전체 시가총액의 약 70%에 해당하는 금액입니다. 모회사의 70%짜리 자회사를 떼어내 상장 시키겠다는 이야기인 셈이죠.
미국 IT 전문 매체 The Information이 두 명의 내부 관계자를 인용해 보도한 내용으로, 콰이쇼우 측은 공식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미 중국 기업 정보 플랫폼 ‘치차차(企查查)’에는 올해 4월 콰이쇼우가 ‘베이징 Kling 테크놀로지 유한공사’, ‘베이징 Kling 링동 테크놀로지 유한공사’라는 두 개의 자회사를 설립한 사실이 확인되었습니다. 말로만 하는 게 아니라 이미 법인 설립까지 마친 상태라는 거죠.

클링 AI가 뭐길래? 2년 만에 글로벌 탑티어로
클링 AI는 콰이쇼우의 AI 팀이 자체 개발한 AI 동영상 생성 모델입니다. 쉽게 말하면, 텍스트나 이미지를 입력하면 AI가 알아서 동영상을 만들어주는 서비스예요. 2024년 6월에 처음 공개됐는데, 그 타이밍이 절묘했습니다.
당시 OpenAI가 ‘Sora’라는 AI 동영상 생성 모델을 공개해 전 세계를 깜짝 놀라게 했지만, 정작 일반 사용자에게는 좀처럼 개방하지 않고 있었거든요. 클링 AI는 바로 그 공백을 파고들어, 고품질 AI 동영상 생성 서비스를 대중에게 가장 먼저 선보인 제품 중 하나가 됐습니다. 해외 개발자들 사이에서 “중국에서 Sora와 가장 닮은 제품”이라는 평가를 받기도 했죠.
그로부터 약 2년이 지난 지금, 클링 AI는 이미 그 수식어를 훌쩍 넘어섰습니다.
2024년 6월 버전 1.0으로 시작해 현재는 3.0 Omni 버전까지 업데이트 됐고, 올해 4월에는 세계 최초로 네이티브 4K(3840×2160 해상도) 동영상 직접 출력을 지원하는 AI 동영상 모델이 됐습니다. 4K라고 하면 요즘 TV나 스마트폰에서 흔히 보는 초고화질 해상도인데, AI가 이 수준의 영상을 바로 생성해낸다는 게 꽤 인상적인 부분입니다.
글로벌 AI 분석 기관 Artificial Analysis의 랭킹에서 Kling 3.0 Omni는 사운드 포함 텍스트-투-비디오(문장을 입력하면 영상을 만들어주는 기능) 부문에서 세계 3위를 기록하고 있습니다. 1위와 2위는 각각 바이트댄스의 Seedance 2.0과 알리바바의 HappyHorse-1.0이 차지하고 있는데, 중국 기업들이 이 분야 상위권을 싹쓸이하고 있다는 점이 눈에 띕니다.

이미 돈을 버는 AI 서비스, 연 매출 5억 달러 돌파
AI 서비스들이 대부분 “아직 수익화는 나중에”를 외치며 투자금을 태우는 상황에서, 클링 AI는 이미 실질적인 매출을 올리고 있다는 점이 주목할 만합니다
콰이쇼우 CEO 청이샤오(程一笑)는 올해 3월 실적 발표 콘퍼런스 콜에서 “1월 매출 기준으로 환산한 클링 AI의 연간 반복 매출(ARR, Annualized Recurring Revenue)이 이미 3억 달러를 돌파했다”고 밝혔습니다.
ARR이란 월 매출에 12를 곱해 연간 기준으로 환산한 수치로, 구독 기반 서비스의 성장세를 가늠하는 지표입니다. 그런데 불과 두 달 만에 이 수치가 두 배로 뛰었습니다. 4월 말 기준 ARR은 이미 5억 달러(약 6,800억 원)에 달했고, IPO 시점인 내년 1분기에는 13억 달러(약 1조 7,600억 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됩니다. 200억 달러의 기업 가치 산정도 바로 이 예상 매출을 근거로 한 것이고요.
수익 구조도 두 가지로 나뉩니다.
하나는 개인 구독 모델로, 월 6.99달러부터 127.99달러(국내 기준 66원~1,314원 수준의 위안화 요금제)까지 다양한 요금제를 운영합니다.
다른 하나는 기업 대상 API 과금 모델로, 광고, 이커머스, 영화·드라마, 애니메이션, 게임 등 다양한 산업의 기업 고객들이 클링 AI의 모델을 호출한 만큼 비용을 지불하는 방식입니다. 올해 1분기 매출 7,500만 달러 중 상당 부분이 북미를 포함한 해외 시장에서 나왔다는 점도 인상적입니다.
글로벌 앱 분석 플랫폼 Sensor Tower 데이터에 따르면, 클링 AI는 전 세계 40개 이상의 국가와 지역에서 Apple App Store와 Google Play의 아트·디자인 카테고리 다운로드 1위를 기록했습니다. 특히 우리나라와 러시아에서는 아이폰 그래픽·디자인 앱 매출 순위 1위에 오르기도 했습니다. 우리나라 사용자들도 이미 상당수가 이 서비스를 쓰고 있다는 이야기인데, 이 부분은 한번쯤 눈여겨볼 만합니다.

왜 굳이 분리하나? 세 가지 속사정
겉으로 보면 단순한 분사(分社) 및 자금 조달처럼 보이지만, 그 이면에는 콰이쇼우가 직면한 세 가지 현실적인 압박이 있습니다.
① 기업 가치 재평가 — 같은 회사, 다른 가격표
클링 AI가 콰이쇼우 안에 있는 한, 시장은 이 서비스를 ‘숏폼 동영상 회사의 한 기능’으로 봅니다. 하지만 독립 법인으로 분리되면 이야기가 달라집니다. AI 전문 기업으로 재분류되면서 훨씬 높은 밸류에이션(기업 가치 평가 배수)을 적용받을 수 있거든요.
실제로 최근 중국 AI 기업들의 홍콩 증시 상장 이후 주가 흐름을 보면, 즈푸(Zhipu)와 MiniMax는 상장 한 달여 만에 시가총액이 3,000억 홍콩달러(약 52조 원)를 돌파하며 OpenAI 기업 가치의 약 5% 수준까지 올라섰습니다. 알리바바와 바이두도 자사 AI 칩 설계 부문의 분리 상장을 검토 중이라는 보도가 나오고 있고요.
중국 빅테크들 사이에서 “AI 사업부는 별도 회사로 키워야 제값을 받는다”는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는 셈입니다.
② 자원 확보 — AI 전쟁은 이제 ‘탄약’ 싸움
AI 동영상 생성 경쟁은 이제 모델 기술력만의 싸움이 아닙니다. 얼마나 많은 GPU(그래픽 처리 장치, AI 연산에 필수적인 반도체)를 확보하느냐, 즉 컴퓨팅 파워(연산 자원) 싸움으로 넘어갔습니다.
바이트댄스의 Seedance 2.0이 출시됐을 때 최대 9만 명이 대기열에 줄을 섰고, 대기 시간이 10시간을 넘기도 했습니다. AI 인프라 투자에 가장 공격적인 바이트댄스조차 이런 상황이니, 콰이쇼우 입장에서는 더욱 절박할 수밖에 없습니다.
바이트댄스의 2026년 AI 인프라 투자 규모는 2,000억 위안(약 38조 원)을 넘어설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콰이쇼우의 2025년 전체 매출이 1,428억 위안이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경쟁사 한 곳의 AI 인프라 투자액이 콰이쇼우 연 매출을 웃도는 상황입니다. 클링 AI를 분리해 독자적으로 투자를 유치하게 하는 것이 현실적인 선택인 이유입니다.
③ 인재 유지 — 스톡옵션이라는 강력한 무기
중국 AI 업계에서 가장 몸값이 높은 인재군 중 하나가 바로 AI 동영상 생성 팀입니다. 실제로 클링 AI의 핵심 개발자였던 장디(张迪) 전 콰이쇼우 부사장은 지난해 알리바바로 이직했고, 그가 이끄는 팀이 만든 HappyHorse-1.0은 현재 클링 AI의 강력한 경쟁자가 됐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콰이쇼우는 2025년 말 처음으로 클링 AI 전용 스톡옵션 풀(임직원에게 부여하는 주식 매수 권리 묶음)을 만들었습니다. 향후 IPO 기업 가치가 400억 달러에 달하면 추가 인센티브도 지급할 계획이라고 합니다. 바이트댄스가 AI 챗봇 ‘더우바오(豆包)’ 팀에 별도 주식을 부여하고, DeepSeek이 핵심 기술 인력을 투자 지분으로 묶어두는 것과 같은 전략입니다.
결국 최고의 인재를 붙잡는 가장 강력한 수단은 ‘보이는 기업 가치’라는 거죠.
200억 달러, 비싼 건가 싼 건가?
이 질문에 대한 답은 “무엇과 비교하느냐”에 달려 있습니다.
현재 글로벌 AI 동영상 생성 분야에서 독립 기업으로 가장 높은 기업 가치를 인정받고 있는 곳은 미국의 Runway로, 최신 기업 가치가 약 35억 5,000만 달러 수준입니다.
클링 AI의 목표 기업 가치 200억 달러는 Runway의 다섯 배가 넘습니다. AI 동영상 생성 분야 단일 서비스로는 사실상 전 세계 1위 기업 가치가 되는 셈이죠.
중국 AI 기업들과 비교해도 흥미롭습니다. AI 챗봇 ‘키미(Kimi)’로 유명한 월지암면(月之暗面)이 최근 약 20억 달러 규모의 신규 투자를 유치하며 기업 가치 200억 달러를 돌파했고, DeepSeek은 약 450억 달러, StepAI(阶跃星辰)는 약 100억 달러의 기업 가치로 홍콩 증시 상장을 준비 중입니다. 이 맥락에서 보면 200억 달러가 터무니없는 숫자는 아닙니다.
과거에는 중국 대형 AI 기업의 적정 기업 가치를 OpenAI나 Anthropic의 1~2% 수준으로 보는 시각이 많았습니다. OpenAI 기업 가치가 약 8,520억 달러이니, 그 기준으로 하면 중국 AI 1위 기업의 적정 가치는 85억~170억 달러 정도였던 셈이죠.
그런데 최근 즈푸와 MiniMax가 홍콩 증시 상장 후 OpenAI 기업 가치의 약 5% 수준까지 올라서면서, 이 기준 자체가 이미 낡은 것이 됐습니다. 중국 AI 전체가 재평가 받고 있는 국면이라는 이야기입니다.
클링 AI 분리 상장이 의미하는 것
클링 AI의 분리 상장이 실현된다면, 이는 단순한 한 기업의 IPO 이상의 의미를 가집니다. OpenAI가 Sora로 AI 동영상 생성이라는 개념을 세상에 알렸지만, 정작 Sora는 서비스 축소 수순을 밟고 있는 반면, 클링 AI는 상업적 성공을 증명하며 독립 상장까지 추진하고 있습니다. AI 동영상 생성이 하나의 ‘기능’이 아니라 독립적인 산업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자본 시장에서 공식적으로 인정받는 첫 사례가 될 수 있는 거죠.
이미 우리나라도 Kling AI 글로벌 매출 상위 국가에 포함돼 있고, AI 동영상 생성 시장에서 중국 기업들이 글로벌 상위권을 장악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국내 AI 기업들이 이 분야에서 경쟁력 있는 서비스를 내놓지 못한다면, 콘텐츠 제작 시장의 핵심 인프라를 중국 플랫폼에 의존하게 되는 구조가 고착화될 수도 있습니다.
중국 AI의 속도는 생각보다 훨씬 빠릅니다. 2년 전 “중국판 Sora”라는 수식어로 시작한 서비스가, 이제는 Sora를 앞질러 독자 상장을 준비하고 있으니까요. 이 흐름을 그저 먼 나라 이야기로 보기엔, 이미 우리 일상 속에 너무 깊이 들어와 있는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