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초 휴머노이드 하프 마라톤, 인간 세계 기록 6분이나 앞당겼다! 50분 만에 주파한 ‘괴물 기계’의 등장

2026년 04월 19일

하프마라톤

세계 최초 휴머노이드 로봇 하프 마라톤, 베이징에서 개최

지난 4월 19일, 베이징 이좡(亦庄)에서 세계 휴머노이드 로봇 하프 마라톤이 개최되었습니다. 이번 대회는 작년에 이어 두 번째로 열린 행사인데요, 규모와 수준 면에서 놀라운 발전을 보여줬습니다.

가장 눈에 띄는 결과는 아너(Honor)의 휴머노이드 로봇 ‘플래시(闪电)’가 압도적인 성적으로 1위부터 6위까지 석권했다는 점입니다. 특히 우승팀인 ‘제천대성(齐天大圣)’ 팀은 50분 26초라는 기록으로 21.0975km의 하프 마라톤 코스를 완주했습니다. 2위는 ‘뇌정섬전(雷霆闪电)’ 팀으로 50분 56초, 3위는 ‘성화요원(星火燎原)’ 팀으로 53분 1초를 기록했습니다.

이 기록이 얼마나 대단한지 감이 안 오실 수도 있는데요, 인간의 하프 마라톤 세계 기록이 56분 42초라는 점을 생각하면 정말 놀라운 수준입니다. 더욱이 작년 우승팀이었던 ‘천공 울트라(天工Ultra)’가 2시간 40분을 기록했던 것과 비교하면, 불과 1년 만에 휴머노이드 로봇의 주행 능력이 얼마나 급격히 발전했는지 실감할 수 있습니다.

휴머노이드

300대 규모로 확대된 대회, 자율주행 비율도 40%로 증가

이번 대회는 작년 첫 대회와 비교해 여러 면에서 크게 성장했습니다. 우선 참가 규모가 300대로 늘어나 첫 대회 대비 약 5배 증가했습니다. 독일, 프랑스, 포르투갈, 브라질 등 해외에서 온 5개 팀도 포함되어 있어 국제적인 행사로 자리잡았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특히 주목할 만한 점은 자율주행 방식으로 참가한 휴머노이드 로봇의 비율이 40%에 달했다는 것입니다. 자율주행이란 사람이 원격으로 조종하지 않고, 로봇이 스스로 주변 환경을 인식하고 판단해서 21km 코스를 완주하는 방식을 말합니다. 이는 휴머노이드 로봇의 인공지능과 센서 기술이 그만큼 발전했다는 증거입니다.

대회 규칙도 흥미롭게 바뀌었습니다. 자율주행 방식과 원격 조종 방식의 로봇이 함께 순위를 겨루는데, 공정성을 위해 자율주행 로봇의 기록에는 1.0배, 원격 조종 로봇의 기록에는 1.2배의 가중치를 적용해 최종 순위를 매겼습니다. 자율주행이 더 어렵기 때문에 이런 방식으로 난이도를 반영한 것이죠.

1등을 차지한 아너(Honor)의 휴머노이드 로봇 ‘플래시’

아너의 ‘플래시’, 넘어져도 다시 일어나 완주

이번 대회를 석권한 아너의 휴머노이드 로봇 ‘플래시’는 키 169cm에 유효 다리 길이가 0.95m인 로봇입니다. 주황색과 빨간색의 기계 갑옷 같은 디자인이 특징이며, 빠른 속도와 강한 폭발력을 자랑합니다. 고도의 동적 제어 기술과 자율 인식 능력을 갖추고 있다고 하네요.

하지만 ‘플래시’의 레이스가 순탄하기만 했던 것은 아닙니다. 원격 조종 부문에 출전한 ‘절영적토(绝影赤兔)’ 팀의 로봇이 결승선을 불과 200m 앞두고 격리대에 부딪혀 넘어지는 사고가 있었습니다. 현장 스태프들이 들것을 가져올 정도였는데요, 놀랍게도 ‘플래시’는 빠르게 자세를 회복하고 다시 고속으로 달리기 시작했습니다. 스태프들이 말리려 해도 소용없었다고 하네요.

아너는 이번 대회에 ‘플래시’ 외에도 ‘위안치짜이(元气仔)‘라는 또 다른 휴머노이드 로봇을 출전시켰습니다. 이 로봇은 키 136cm의 경량 상호작용형 로봇으로, 은색과 파란색 배색이 특징이며 원격 조종 방식으로 참가했습니다.

달리다가 벽에 충돌
완전히 쓰러진 상태인데
일으켜 세우니 또 달려나가는 플래시

스마트폰 회사 아너, 왜 휴머노이드 로봇에 뛰어들었나

아너가 휴머노이드 로봇 분야에 진출한 것은 사실 그리 오래되지 않았습니다. 작년 3월, 아너는 ‘알파 플랜(ALPHA PLAN)’이라는 전략을 발표하며 향후 5년간 100억 달러(약 14조 원)를 AI 기기 생태계 구축에 투자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이 전략의 핵심 분야 중 하나가 바로 휴머노이드 로봇이었습니다.

아너는 쇼핑 보조, 업무 점검, 동반자 역할이라는 세 가지 소비자 중심 시나리오에 집중하고 있습니다. 이를 위해 신산업 인큐베이션 부서를 신설하고, 그 아래에 구체화된 지능 실험실, 구체화된 데이터 실험실, 상호작용 안전 실험실, 동력 시스템 실험실, 생체모방 본체 연구 실험실 등을 설립했습니다. 현재 베이징, 상하이, 선전에 약 200명 규모의 팀을 운영하고 있다고 합니다.

작년 5월에는 아너의 자체 개발 알고리즘을 탑재한 로봇이 초속 4m의 달리기 속도를 달성하며 업계 기록을 경신했습니다. 올해 3월 MWC 대회에서는 첫 소비자용 휴머노이드 로봇 ‘위안치짜이’와 로봇 폰(Robot Phone)을 동시에 공개하기도 했습니다.

아너가 휴머노이드 로봇에 이렇게 공을 들이는 이유는 명확합니다. 스마트폰 시장이 이미 포화 상태에 접어들면서 성장이 정체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휴머노이드 로봇은 광범위한 시장 전망과 소비자 시장 진출 가능성을 동시에 갖춘 분야로, 아너에게는 제2의 성장 동력이 될 수 있습니다.

게다가 아너는 2025년 6월 중국 A주 시장 상장을 위한 IPO 준비 작업을 공식적으로 시작했습니다. 휴머노이드 로봇 분야에서의 성과는 투자자들에게 매력적인 스토리를 제공하고, 상장 과정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습니다.

작년 대회 우승자 ‘천공’

작년 우승팀과 유명 로봇 기업들도 대거 참가

작년 대회에서 우승을 차지했던 베이징 휴머노이드 로봇 혁신센터의 ‘천공 울트라‘는 이번에 완전 자율주행 모드로 참가해 1시간 15분 만에 완주했습니다. 작년 2시간 40분 기록과 비교하면 큰 발전이지만, 아너의 ‘플래시’에는 미치지 못했습니다.

중국의 유명 로봇 기업 Unitree(宇树)는 H1 모델 한 종류만 출전시켰습니다. 정식 대회 전 16일에 열린 예선전에서 Unitree H1(2023년 개선 버전)은 1.9km의 구불구불한 코스를 4분 13초 만에 자율주행으로 완주하며 인간의 1500m 세계 기록을 깼다고 발표하기도 했습니다.

경기장에는 독특한 형태의 로봇들도 많이 등장했습니다. 즈선커지(智身科技)의 ‘파펑저 RX(破风者RX)’는 키 135cm, 무게 22kg의 로봇으로, 다리 부분이 칼날처럼 길고 가늘게 뻗어 있어 마치 장애인 운동선수들이 사용하는 의족 같은 모습입니다. 달릴 때는 죽마를 타고 있는 것처럼 보입니다.

긴 다리 달린 ‘두바오’부터 미니 로봇까지, 다양한 참가자들

경기장에는 정말 다양한 휴머노이드 로봇들이 등장했습니다. 어떤 로봇은 한쪽 팔이 이미 작동을 멈췄는데도 꿋꿋하게 앞으로 달리는 모습을 보여줬고, 어떤 로봇은 체구가 작아 마치 ‘미성년자’ 같은 모습으로 비틀거리며 앞으로 나아갔습니다.

특히 눈길을 끈 것은 바이트댄스의 AI 서비스 ‘두바오(豆包)’의 캐릭터 머리를 쓴 로봇이었습니다. 이 로봇은 샤오홍슈(小红书, 중국판 인스타그램) 해커톤 대회에서 처음 공개되었는데, 가오칭동리(高擎动力)가 제작한 로봇 본체에 두바오 캐릭터 헤드를 추가로 장착한 형태입니다. 긴 다리를 가진 두바오가 마라톤을 뛰는 모습은 상당히 귀엽고 재미있었습니다.

광둥성에서 온 ‘다완지(大湾鸡, 대만만 닭)’라는 이름의 로봇도 등장했고, 참가자들은 외관 꾸미기에도 신경을 많이 썼습니다. 각자의 개성을 살린 의상과 장식으로 단순한 기술 경연을 넘어 하나의 축제 같은 분위기를 만들어냈습니다.

이번 대회에는 미니 사이즈의 휴머노이드 로봇들도 대거 참가했습니다. 작은 체구로 열심히 달리는 모습이 귀엽기도 하고 대견하기도 했습니다.

경기장 밖에서도 활약한 휴머노이드 로봇들

흥미로운 점은 경기에 참가하지 않은 휴머노이드 로봇들도 대회 운영에 투입되었다는 것입니다. 교통 경찰 역할을 하는 로봇, 보급품을 배송하는 로봇, 응급 구조를 담당하는 로봇, 경기장 청소를 맡은 로봇 등이 서비스 제공자로서 대회 운영에 참여했습니다.

이는 휴머노이드 로봇이 단순히 기술 시연용이 아니라 실제 업무를 수행할 수 있는 수준으로 발전했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앞으로 이런 로봇들이 실제 생활 곳곳에서 다양한 역할을 맡게 될 날이 그리 멀지 않았다는 신호로 볼 수 있습니다.

1년 만에 이룬 놀라운 발전, 상용화는 언제?

21km의 하프 마라톤은 휴머노이드 로봇에게 단순히 달리기 속도 만을 테스트하는 것이 아닙니다. 장시간 운동 상황에서의 안정성, 개방된 환경에서의 적응 능력, 돌발 상황 발생 시 회복 능력 등을 종합적으로 평가하는 극한의 테스트입니다.

작년 대회는 ‘휴머노이드 로봇이 과연 달릴 수 있을까?’를 확인하는 신선한 시도에 가까웠습니다. 하지만 올해는 완전히 다른 양상을 보였습니다. 자율주행 로봇 비율이 40%로 증가했고, 우승 기록이 50분 26초로 단축되었습니다. 이는 단일 지표의 향상이 아니라 운동 제어, 인식, 구조, 배터리 지속 시간, 전체 시스템 협업 등 핵심 능력이 전반적으로 크게 발전했다는 의미입니다.

경기장 밖에서도 진화가 일어나고 있습니다. 참가하지 않은 로봇들이 대회 운영의 여러 업무를 맡으며, 더 이상 기술을 보여주는 역할에 그치지 않고 구체적인 업무를 수행하고 능력을 검증받고 있습니다.

이번 마라톤이 보여준 것은 휴머노이드 로봇이 단순히 더 빨리 달리게 되었다는 것만이 아닙니다. 대규모로 실제 세계에 진입하는 시점이 또 한 걸음 가까워졌다는 것입니다. 우리나라 기업들도 이런 중국의 빠른 기술 발전 속도를 주시하며 대응 전략을 마련해야 할 시점입니다.